경기도 광주에 사는 길기남, 이자연 부부는 늘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니는 게 취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름다운 경치와 저렴한 땅값에 반해 무심코 임야를 사버렸죠. 처음에는 그저 '집을 짓자'는 생각뿐이었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습니다. 돌을 파내고 수로를 깔고, 지하수를 확보하고 전기 작업까지… 평지에 짓는 집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게다가 임야에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건축 허가를 받는 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을 거쳐 마침내 완성된 새하얀 집, 과연 어떤 공간들이 숨겨져 있을까요?
남편 길기남 씨는 디자이너답게 직접 자신이 살 집을 설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계단 아래의 삼각형 공간은 사진 스튜디오로 변신하고, 프레임리스 도어가 설치된 방은 홈 오피스로 쓰입니다. 또 아내 이자연 씨가 꿈꾸던 주방의 폴딩 도어를 활짝 열면, 집 안에 있어도 마치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부의 로망이 섞여 ‘하이브리드’ 집이 탄생한 것이죠.
길기남 씨는 "집을 짓는 과정이 꼭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점점 공간이 생기고, 결국 집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직접 땅을 고르고, 하나하나 자신의 손을 거쳐 집을 세워나갔기 때문에 그 감정이 더 진하게 다가온 듯합니다. 현관에 들어서면 양옆으로 둥글게 말린 라운드 벽이 눈에 띄는데, 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개방감 있는 인상을 주도록 디자인한 포인트입니다. 또 작업실에 있는 유리 폴딩 도어와 두 곳에 문을 낸 화장실 역시 집 안에서 탁 트인 느낌을 살려줍니다.
사실 부부는 처음 집을 짓기 전 여러 번 포기할 뻔했다고 합니다. 지하수는 파면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것조차 예상대로 되지 않았고, 돌 깨기부터 전봇대를 설치하는 과정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어야 했죠. 결국 토지 매매 시 주의해야 할 점들이 뚜렷이 보이더랍니다. 집을 짓기 전 경험한 부부의 다사다난한 이야기는, 우리가 평소 집을 고를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