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제주여행을 떠나봅니다. 5월은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춥지도 덥지도 않고 벌레도 많지 않아 여행 계획을 잡기에 너무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렌트회사에 들러 예약해 놓은 승용차를 건네받아 운전대를 잡습니다. 허기가 밀려오기 전 배를 든든히 하고 제주 여행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일정은 와흘마을 메밀꽃밭을 들른 후 금오름에 올라 노을을 눈과 마음에 담고 오는 것입니다. 5월 중순 일몰은 오후 7시 28분으로 일몰 1시간 전에 올라가면 좋습니다. 금오름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보 약 15분~20분 정도로 주차장에서 오후 6시에 조금 일찍 금오름을 올라 주변을 둘러보고 일몰을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길로 넓게 되어있고 경사 또한 심하지 않아 부담 없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금오름 정상에는 화장실이 없기에 출발하기 전 화장실에 들러서 가면 좋고 신발은 편한 운동화를 신으면 금오름에서의 활동이 편합니다. 주차료와 입장료는 없습니다.
6시 20분쯤 정상에 올라가면 분화구 모양을 하고 있는 금오름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금오름의 형태와 생태환경을 충분히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움푹 파인 중앙에는 조용한 연못의 형태를 띤 습지대가 눈에 들어오고 그 둘레를 걸어서 돌다 보면 작은 풀들만이 바람에 흔들리는 평지와 같은 지대, 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나무숲들을 이루고 있는 지대를 통과하며 숲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금오름 정상에서도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지대가 있는데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이동하다 보면 통신탑이 커다랗게 우뚝 세워져 있습니다. 통신탑에 가깝게 가면 옛날 가마니와 비슷한 재질로 바닥에 깔아놓은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송신탑 주변을 돌아 나무 숲길을 지나 금오름을 한 바퀴 산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금오름 주변을 둘러보고 가운데 위치한 습지대도 내려가 자연이 만들어 놓은 커다란 연못을 감상하시면 됩니다. 금오름의 이곳저곳을 모두 둘러보고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어느덧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시간대가 옵니다. 금오름의 서쪽지대는 풀들만이 자라고 있고 조금 언덕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이곳에서 노을을 보고 기념사진도 촬영하면 좋습니다. 기억에 남는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항공샷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조금 멀리 서쪽 제주도의 모습이 노을에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무언가 모를 조용함을 스며들게 합니다. 수평선 아래로 붉게 타며 내려가는 해 주변으로 하늘과 바다 또한 온통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어떤 붓과 물감으로도 표현해내지 못할 정도로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후 7시 10분에서 일몰 시간대인 오후 7시 28분 사이의 노을 풍경은 장관입니다. 수평선 아래로 해가 자취를 감추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내려갑니다. 해는 졌지만 하늘에는 아직 노을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어 어둡지 않은 금오름 정상을 내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금오름 등산로가 동쪽에 위치하고 있고 길 주변으로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어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금방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내려오기에 무섭거나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5월 금오름의 노을을 생각하면 붉게 타오르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뜨거웠지만 조용함으로 내 자신을 꽉 채워준 그때의 노을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언제 또 금오름의 노을을 맞이할지 모르겠지만 그땐 저도 그 노을처럼 아름답고 조용하게 익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