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탱글탱글한 식감과 함께 쌉쌀한 입맛이 식욕을 좋게 하는 도토리묵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9월 중순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도토리들도 나뭇가지와 연결된 도토리받침에서 하나둘씩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마치 밤송이가 벌어지고 알밤이 무르익어 땅으로 떨어지듯 알밤을 줍는 비슷한 시기에 도토리를 주울 수 있습니다. 알밤도 밤나무에서 일찍 떨구는 알밤과 늦게 떨구는 늦 알밤이 있듯, 도토리도 일찍 떨어지는 것과 조금 늦게 떨어지는 도토리가 있습니다. 익어가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여러 참나무류에서 떨어진 도토리들은 맨질맨질한 모습으로 바닥의 낙엽 위 또는 낙엽 밑에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산속을 거닐다 보면 산의 비탈지고 작은 구덩이들이 파여 있는 곳엔 토도리들이 반창회를 하듯 5~6알씩 군데군데 모여 있습니다.
도토리의 크기는 보통 1.5cm에서 2cm 사이로 매끄러운 표면 때문에 손가락으로 잘 집어 올린다 해도 가끔 손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한알 한 알 작고 탐스런 도토리를 준비해 간 주머니에 허리 숙여 채우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또한 도토리가 풍년이 들어 많이 떨구게 되면 주머니가 도토리들로 두둑해집니다. 도토리를 한알 한 알 모아 주머니에 담다 보면 무게가 제법 나가기에 산행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산에서의 이동거리나 나의 신체적 힘듦을 고려하여 도토리는 적당한 무게로 담아 이동하시면 좋습니다.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햇살에 산에서 주워온 도토리를 말리기 시작합니다. 깨끗한 천을 마당바닥에 깔아놓고 그 위에 도토리들을 펼쳐놓으면 무르익어가는 가을 햇살에 도토리들이 말라가면서 껍질들이 금이 가며 터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햇살에 쪼이기 때문에 연갈색의 껍질색도 연한 회색빛 또는 많이 옅어진 갈색빛으로 변합니다. 이렇게 껍질색이 변하고 금이 가며 터지기 시작하면 도토리 껍질을 도구를 사용하여 벗겨냅니다. 껍질을 벗겨낸 도토리 알맹이는 연한 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도토리의 껍질을 벗겨낸 후 대야에 물을 가득 채운 후 도토리 알맹이를 담가 며칠간 떫고 쓴맛을 우려냅니다. 이후 방앗간에 가져가 전기로 작동되는 맷돌에 갈아서 고운 자루에 곱게 갈린 도토리를 담아 옵니다.. 대야에 물을 조금 붓고 곱게 갈려 자루에 담긴 도토리의 녹말을 쥐어짜 내기를 여러 번 반복합니다. 그렇게 도토리 녹말이 담긴 물을 대야 가득 만들어 놓은 후 하루나 이틀 녹말가루를 가라앉혀 도토리 가루를 만듭니다.
도토리를 주워온 그해에 가을걷이나 다른 일들로 바빠 도토리가루를 만들 시간이 없다면, 도토리 알맹이를 햇빛에 며칠 더 말리면 색깔이 검게 변하면서 바짝 마르게 됩니다. 가을햇살에 말린 도토리는 비닐봉지에 잘 밀봉하여 그 해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 햇살이 좋아진 계절에 물에 담가 놓습니다. 커다란 대야에 물을 가득 채우고 잘 말린 도토리들을 하루에 두 번 이상 물을 갈아주며 4~5일 정도 반복합니다. 그러면 처음 시커멌던 물색도 나중에는 맑은 물색이 됩니다. 그러면 도토리는 다시 깨끗하고 연한 갈색의 빛을 띠고 물을 머금어 불어 있게 됩니다. 며칠 동안 물에 잘 우려낸 도토리 알맹이들은 자루에 담아 커다란 대야를 준비하여 방앗간을 찾아갑니다. 방앗간에서 불어 터진 도토리 알맹이들을 전기로 구동시키는 맷돌에 곱게 갈아 다시 자루에 담아 옵니다. 갈아온 도토리는 고운 천에 담아 커다란 대야에 물을 적게 채워 놓은 후 그 안에서 전분이 나오도록 천천히 힘껏 쥐어짜 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몇 번을 반복하여 거치고 나면 대야에 캐러멜색의 물빛이 가득 채워집니다.
커다란 대야에 담긴 도토리전말은 하루나 하루 반나절을 놔둔 후 물을 조금씩 퍼내면서 대야 바닥에 가라앉은 도토리 전말을 떼어냅니다. 떼어낸 전말은 햇살이 좋은 봄햇살에 깨끗한 종이를 깔고 하루나 이틀정도 말립니다, 이때 도토리전분은 물기가 있는 상태이기에 그냥 오랫동안 해살에만 놔두면 돌덩이처럼 단단해져 나중에 가루로 만들려면 힘이 듭니다.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1~2시간씩 사이를 두고 도토리전분을 비벼서 계속 뭉치치 않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들을 하루나 이틀 반복하면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도토리가루를 얻게 됩니다.
이 가루를 이용하여 우리는 비로소 도토리묵을 맛있게 요리하여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시장에서 돈을 주고 쉽고 편하게 도토리묵을 맛볼 수 있겠지만 직접 도토리를 주워보고 일련의 과정들을 경험하면서 만든 도토리가루로 직접 도토리묵을 쑤어 먹는 것은 그 어떤 맛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상 도토리묵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는 과정에 대해 소개해 보았습니다. 예전 방법으로 만들던 도토리가루와 도토리묵이 힘들고 번거롭지만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자연이 주는 고마움과 일상의 작은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