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더워지는 6월입니다. 냉방을 하지 않으면 더위에 지쳐 일상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실내 냉방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도 있지만 자연이 주는 시원함을 찾아 산으로 갑니다. 산이 내어주는 그늘과 함께 나무들 사이사이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산바람이 몸과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줍니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시골 산에 오릅니다. 오랫동안 관리가 되질 않아 잡목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산이 답답해 보입니다.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톱과 낫으로 잡목들을 조금씩 베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를 베어내는 힘에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이름 모를 벌레들이 땀냄새를 맡고 몸 주변을 에워쌉니다. 그래도 잡목들이 쓰러지고 산속의 시야가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면, 고생은 했지만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나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줍니다.
몇 해를 오가며 산을 정리합니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산의 숲 가꾸기는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잡목과 수풀을 몇 시간 정리하면 힘이 떨어집니다. 물과 음식으로 힘을 보충합니다. 땀을 흘리고 잠시 쉬면서 음식을 취하면 그 어느 음식보다 최고의 입맛을 맛보게 됩니다. 또한 산 그늘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면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한없이 맑아지고 가벼워집니다. 이렇게 산이 주는 행복감에 바쁜 일상에도 시간을 내어 다시 산을 찾아갑니다..
산을 가꾸면서 여러 나무와 식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나무들의 이름과 식물들의 이름을 모릅니다. 조금씩 관심을 갖고 조금씩 눈에 담다 보면 몰랐던 나무들의 이름과 식물들을 찾아보고 검색하게 됩니다. 물푸레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과 두릅, 취나물, 고비, 더덕 등의 식물들을 알아갑니다. 산이 내어주는 여러 음식의 재료들은 입맛을 돋우고 건강을 끌어올려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산을 가꾸다 힘이 들면 물 한 모금 마시고 산 주변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같은 장소이고 같은 산길을 거닐고 둘러보지만 계절마다 그리고 시간의 차이로 숲이 그려내는 풍경은 달라집니다. 이렇게 순간순간 변화하는 산에서 여러 나무들과 식물들을 보며 힘든 몸을 잠시 쉬어가게 합니다.
산을 가꾸기 위해 그리고 가꾸어 놓은 산에 새로운 식구들을 심어 놓거나 뿌려 놓습니다. 더디게 적응하고 더디게 싹을 틔우는 나무들과 식물들이지만 이 산에서 적응하여 뿌리를 내리고 여리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이러한 즐거움에 힘은 들지만 계속 산을 찾아 숲을 정리하고 산이 답답하지 않게 가꾸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면서 산을 가꾸는 일이 결국 나 자신을 다듬고 가꾸게 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산이 좋아집니다.
산을 정리하면서 매번 지나가던 산 숲길을 따라 거닐다 잠시 쉬기 위해 걸음을 멈춰 섭니다. 나무들 숲 사이로 햇살이 조명처럼 숲 속을 군데군데 비춰주고 있고 그 햇살을 따라 눈을 돌리는데 조명이 주인공을 비춰주어 돋보이게 하듯 무언가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고 있는 잎들이 보입니다. 왠지 모르게 고개가 더욱더 앞으로 내밀어집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숲을 헤쳐 햇살이 비춰주는 그곳으로 나아갑니다. 가늘고 뾰족한 잎들이 한 줄기에 5장 붙어 있고 4줄기가 옆으로 나란히 펼쳐져 있으며 가운데 위로 또 다른 줄기가 예쁘게 솟아올라 아직 여물지 않은 녹색빛을 띠고 있는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산삼입니다.
산삼의 종류로는 천종산삼, 지종산삼, 야생(인종)산삼으로 나눕니다. 천종산삼은 사람의 손이 거치지 않고 자연에서 자란 산삼으로 주로 50년 이상 자란 산삼을 일컫습니다. 지종산삼은 보통 30년~50년 사이의 삼을 말하며, 조류나 들짐승들이 삼의 씨앗을 먹고 산에 배설하여 자연적으로 자란 삼을 일컫습니다. 흔히 새들이 인삼 씨앗을 먹고 산에 배설하여 자연적으로 자란 삼으로 조삼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야생(인종)산삼은 30년 미만의 야생산삼으로 인삼 씨앗을 산에 뿌리거나 묘삼을 옮겨 심어 키운 삼으로 보통 산양산삼, 장뇌산삼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여러 해 같은 산을 오르내리면서 숲을 가꾸고 정리하며 잠시 쉬어가면 산속 주변을 거닐기를 수없이 많이 했지만 우리 산에 삼이 자라고 있었을 거란 생각은 꿈에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산속 숲 향기를 맡으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숨을 쉬어가는데 나뭇가지들 사이로 비춰내려온 햇살을 따라 바라본 그곳에 산삼이 있었습니다. 신기한 마음과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채심을 합니다.
산삼의 나이가 궁금해집니다. 얼마나 되었고 어떤 종류의 삼일까 궁금해집니다. 지인분들에게 문의도 해 봅니다. 궁금증을 해결하려 애쓰다 보니 마음 한편에 욕심이 생깁니다. 지인분께서 삼의 나이와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마음과 믿음으로 삼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삼을 보고 신기하고 두근거리고 믿기지 않으면서 산에게 감사해하며 채심 했던 마음은 감춰지고 욕심이 앞서고 있었습니다. 산이 여러 해 동안 우리 부부가 숲을 가꾸고 정리하는 마음이 기특해서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고 건강하라는 의미로 귀한 선물을 안겨주었음을 깨닫습니다.
작년에 산삼 한 뿌리, 올해 산삼 한 뿌리. 이렇게 우리 산이 우리 부부에게 사이좋게 산삼 한 뿌리씩 취하고 건강한 마음과 믿음을 챙기라고 건네주었습니다.
산에서 삼을 만나고 삼이 건네주는 마음과 믿음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나 자신으로부터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삶에 대해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야 함을 산의 숲 향기가, 산의 바람이 얘기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