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잎들이 산에 생기를 불어넣는 5월의 싱그러움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좁은 산길과 계곡들을 오르내리기를 하다 보면,, 가쁜 숨과 함께 구슬땀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산행을 하다 보면 이름 모를 많은 식물과 나무들은 친구의 모습들처럼 눈에 정답게 다가와주고 말을 건네주고 있습니다. 비탈진 산길을 걸어가며 아기자기한 야생화들을 눈여겨보다 하얗게 꽃 한 송이를 피워 수줍은 듯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산행을 같이 하는 지인분께 물어보니 야생 산작약이라고 합니다. 도심 화단에 심어져 있는 작약은 가끔 보았지만 야생에서의 작약은 처음 보게 되어 신기하기도 하고 자연 그 자체에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작약은 여러해살이풀로서 줄기가 여러 개가 한 포기에서 나와 곧게 서고 잎과 줄기는 매끈하며 뿌리가 굵습니다. 잎은 어긋나며 아랫부분의 잎은 한두 번 작은 잎이 3장씩 겹잎으로 나옵니다. 조금 뾰족한 타원형의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가지의 가장 윗부분에서는 잎 3개가 함께 모여 달립니다. 꽃은 5~6월 줄기끝에 1개가 피는데 재배한 것은 지름이 10cm 정도이며, 꽃색은 붉은색,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하며 많은 원예품종이 있습니다. 하지만 산에 피는 야생 작약은 꽃이 흰색이며 지름은 우리가 흔히 보는 작약보다는 작아 보입니다.
꽃받침은 5개로 녹색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끝까지 붙어 있으며, 꽃잎은 기본종이 8~13개이고 계란 모양처럼 생긴 난형의 거꾸로 된 모습인 도란형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수술은 매우 많고 노란색이며 암술은 3~5로 뒤로 젖혀지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작약의 꽃은 원래 꽃잎이 한 장으로 피는 홑꽃이지만 품종개량을 통해 현재는 카네이션과 같이 겹꽃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산에서 본 야생작약은 흰 홑꽃으로 단아함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작약의 열매는 달걀 모양으로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굽어지고 8월 중순경에 터져서 종자를 주변에 뿌리게 되는데 종자는 구형으로 작은 콩알만 한 크기입니다. 약효성분이 있어서 뿌리는 생리통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작약차로 끓여마시기도 합니다.
꽃말은 ‘수줍음’이며, 중국에서는 '정이 깊어 떠나지 못한다'는 꽃말도 가지고 있어 연인들이 자주 선물하는 꽃이라고 합니다.
꽃 모양으로 비슷한 모란꽃이 있는데 모란은 나무이며 작약은 풀로서 엄연히 두 개는 다른 식물로 분류됩니다. 모란을 꽃의 왕인 '화왕(花王)'이라 표현하는 것처럼 작약을 꽃의 재상인 '화상(花相)'이라고 표현합니다. 꽃들의 어우러짐을 돕고 주변의 꽃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는 그런 모습을 갖춘 꽃이라 생각이 듭니다.
눈에 확 띄는 크고 아름다운 꽃이라 여러 나라에서 그림 소재로 자주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에도 장식용으로 자주 애용해 생화는 물론이고 생화의 모양을 본 딴 조화도 장식 소재로 많이 사용되며, 미인의 상징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주로 장미꽃처럼 달고 상쾌한 향기가 난다고 하며, 향수로 만들어 정제할 경우 향기로운 플로럴 계열의 향이 난다고 합니다. 같은 작약 꽃이어도 관상용으로 품종개량된 것과 향료용으로 개량된 것이 있는데 관상용 꽃은 예쁜 반면 향기가 덜하고 향료용의 경우 단독으로도 쓰이지만 향수로 쓸 경우 다른 꽃들의 향과 혼합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5월의 산에서 만난 작약은 단아한 모습으로 일상에 지쳐있는 나를 괜찮다 응원하는 듯 바람에 흔들리며 말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