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국인의밥상: 해산물로 가득한 텃밭, 갯마을 사람들의 밥상

by 호자나무 2024. 9. 12.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그 경계에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합니다.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명의 터전이자, 오랜 세월 갯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온 갯벌입니다. 이 갯벌은 다양한 생명체로 가득 차 있으며, 갯마을 사람들에게는 바다가 내어준 소중한 텃밭과도 같습니다. 그들은 갯벌의 물때에 맞춰 생활하며, 갯벌이 내어주는 해산물로 자신들만의 음식 문화를 만들어왔습니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늘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이기에, 그들에게 갯벌은 든든한 삶의 기반이다. 이번에 그들의 삶과 추억, 그리고 풍성한 밥상을 만나보겠습니다.

갯벌
갯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온 갯벌

1. 갯벌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1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옹진군, 그중에서도 선재도는 오랜 시간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었던 외딴섬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재도 사람들에겐 섬보다 더 넓은 갯벌이라는 든든한 밭이 있었고 썰물이 되면 갯벌로 경운기를 몰고 나가던 이곳 사람들에게 갯벌은 황금어장이었습니다. 특히 바지락이 유명해, 그 덕분에 자식들을 가르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70세 노영우 씨는 어릴 적부터 바지락을 캐며 살아왔으며 그의 친구들 역시 손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바지락을 까며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잡아온 바지락은 곧바로 젓갈을 담그고 음식을 준비해야 했기에 그들에게는 늘 바지락과 함께하는 삶이었습니다. 바지락 전, 바지락 찌개, 바지락 볶음, 바지락 잔치국수 등… 선재도 사람들의 밥상에서 바지락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음식이었습니다.

인천광역시-옹진군-영흥면-갯벌
바지락 황금어장의 옹진군 갯벌
인천광역시-옹진군-영흥면-갯마을사람들
바지락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들

2. 갯벌의 진객, 짱뚱어와의 특별한 만남 – 전라남도 해남군 황산면

진흙 갯벌 위에서 신나게 뛰노는 짱뚱어는 움직임이 민첩하고 눈이 튀어나와 멀리서도 적을 빠르게 눈치채는 생물입니다. 이 짱뚱어를 잡는 기술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이 필요한 짱뚱어 낚시는 황산면의 김강석 씨(64세)가 대가로 유명합니다. 그는 10미터가 넘는 낚싯대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짱뚱어를 낚아채는데, 어린 짱뚱어는 놓아주며 개체수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짱뚱어는 오염되지 않은 갯벌에서만 자라는 귀한 생선입니다. 김강석 씨에게 짱뚱어 음식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추억이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구워 먹던 짱뚱어 구이, 갯마을에서 부유함의 상징이었던 짱뚱어 튀김, 갯벌에서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짱뚱어탕 등 짱뚱어로 차려진 밥상은 그에게 추억과 함께 보양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전라남도-해남군-황산면-갯벌
짱둥어 낚시와 귀여운 짱둥어
전라남도=해남군-황산면-갯마을사람들
짱둥어 구이와 함께 군침도는 밥상

3. 선조들의 유산을 이어가는 사람들 –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경상남도 남해군 지족해협에는 죽방렴이라는 전통 어업 방식이 남아 있습니다.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죽방렴은 참나무 말뚝을 박아 만든 대형 그물로, 밀물에 밀려 들어온 물고기들을 썰물 때 가두어 잡는 방식으로 이곳에서는 멸치가 주로 잡히지만, 다양한 어종도 함께 따라오는 재미가 있습니다. 지족항 사람들은 싱싱한 멸치로 멸치회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죽방렴 덕분에 누릴 수 있는 멸치회무침, 그리고 죽방렴의 역사를 함께 이어온 사람들의 노고가 담긴 멸치조림과 해물잡탕은 그들만의 자부심과 함께 선조들의 유산을 지키고 있다는 의미를 더해줍니다. 이렇듯 갯마을 사람들의 삶과 음식은 자연과 공존하며, 그들의 손끝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전통과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경상남도-남해군-삼동면-지족리
전통 어업 방식의 죽방렴
경상남도-남해군-삼동면-지족리-갯마을사람들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회 조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