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라산 정상에서 하산 시작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관음사 탐방코스로 하산하는 코스 중 삼각봉 대피소까지 2.7km를 내려가게 됩니다. 성악판 코스와는 다르게 수없이 많은 나무계단과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나무계단 옆으로는 절벽과도 같아 조심스럽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싶습니다. 한쪽으로는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바위병풍과 한쪽으로는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라산의 해안선이 아득히 펼쳐집니다. 찬바람에 높이 자라지 못하고 몸을 낮게 움츠려 살아가는 주목과 세월의 긴 시간을 알려주는 고사목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와 맞닿아 있는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셀 수도 없는 계단들을 내려가다 보면 해발 1800m 지점을 알려주는 작은 돌비석이 있는데 이 지점을 통과하면 신기할 정도로 나무들의 높이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낮게 바닥을 메우고 있던 나무들은 조금씩 기지개를 켜듯 가지들을 조금씩 하늘 햇살을 따라 높이 뻗어 하늘의 풍경을 새롭게 자아냅니다. 가파른 나무계단들과 잠시 쉬어가면서 걸을 수 있는 완만한 길들을 번갈아가며 내려가다 보면 삼각봉 대피소를 만나게 됩니다. 대피소 위로 곧게 솟아오른 삼각형의 커다란 바위산은 한라산의 굽이쳐 내려오는 관음사 코스에서 볼 수 있는 명소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이곳은 성판악 코스에 있는 진달래밭 대피소와 마찬가지로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통제를 하는 통제소 이기도 합니다. 오전 12시 이전에 삼각봉 통제소에 도착해야 한라산 정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습니다.
2.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삼각봉 대피소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또다시 시작되는 하산은 탐라계곡 화장실이 있는 곳까지 2.8Km를 내려가야 합니다. 숲의 풍경과 자연의 어우러짐을 즐기기보다는 지친 다리와 수없이 많은 계단에 집중을 하며 내려가게 됩니다. 이곳을 지나 계속해서 내려오다 보면 머릿속은 지우개로 지운 듯 모든 근심걱정이 비워지고 다리는 감각을 잃은 채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탐라계곡 화장실까지 가는 길은 현무암이 깔려있는 울퉁불퉁한 길과 중간중간 나무계단들이 섞여있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띄면서 내려가야 합니다.. 그렇게 탐라계곡 화장실에 도착하면 화장실 맞은편에 조금 넓은 평상이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배낭을 잠시 풀어놓고 지친 다리를 쉬며 당보충을 했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응원하듯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관음사 탐방입구까지 이동하면서는 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조릿대를 보고 성판악코스에서는 보지 못한 깊은 계곡과 함께 계곡의 웅장함을 더해주는 커다란 바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경치는 사람이 꾸며서 만들어 놓을 수 없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깃들어 있어 하산하는 동안 한라산의 커다란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탐라계곡에서 관음사 탐방입구까지의 이동은 한라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의 급경사와 수없이 많은 계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지지만 3.2Km의 보다 긴 거리를 이동하게 됩니다. 체력이 지쳐가고 마음이 조급해지려 할 때 드디어 관음사 탐방입구가 가까이 있음을 알게 해 주는 평지를 걷게 됩니다. 왠지 모르게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한라산 등정의 마무리와 성취감으로 관음사 탐방입구를 빠져나오게 됩니다. 관음사 탐방입구 전방 우측에는 한라산 정상에서 등정인증신청을 했던 신청서를 출력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먼저 한라산등청인증서를 출력하시면 됩니다. 이후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서 등정인증서를 들고 한라산의 위대함을 남기기 위한 인증사진을 촬영하고 나면 한라산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주차장 길 건너 맞은편을 보면 택시들이 등산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이곳에서 제주 국제대학교 환승주차장으로 가는 버스가 1시간마다 있기에 택시를 이용하면 조금 더 편하게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초보 등산가의 한라산 등반을 위해 준비했던 시간과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를 이동하면서 보고 느꼈던 감정들의 시간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한라산 등반은 우리들이 앞으로 더 살아내야 할 삶의 방향과 과정을 하루라는 시간에 담아 우리에서 보여준 파노라마와도 같았습니다. 그 백록담을 품고 있는 한라산은 우리에게 또한 겸손하라고 조용히 가슴에 새겨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