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로 가는 만물 트럭 !!
강원도 영월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 대의 트럭이 힘차게 달립니다. 흔한 택배차도, 배달 차량도 아닌 바로 손병철, 김애숙 부부가 17년째 운행하고 있는 ‘만물 트럭’입니다. 이 트럭은 이름 그대로 없는 게 없는 길 위의 만물상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산골 오지마을에도 꼭꼭 찾아간다. 4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물건을 실은 이 트럭은 시골 어르신들에게는 하나뿐인 '이동형 슈퍼마켓'이자 삶의 작은 활력소입니다.
도심 속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집 앞까지 배달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외진 시골 마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상점이 없는 곳, 도시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에게는 만물 트럭이 유일한 생필품 공급처입니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이곳에서는 트럭이 전해주는 소중한 선물인 셈이 됩니다. 손병철, 김애숙 부부는 강원도 영월의 한적한 마을에서 트럭으로 시골 구석구석을 다니며, 어르신들과 정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만큼, 이제는 누가 어디 사는지, 그 집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심지어 그 집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도 다 꿰뚫고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습니다. 그만큼 마을 어르신들과의 관계는 깊어졌고, 트럭이 단순한 배달차를 넘어선 가족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부는 처음에는 오직 생필품을 싣고 다니며 트럭 장사를 시작했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그들의 일상도 변화해 갔습니다. 이제 어르신들이 직접 전화로 필요한 물건을 미리 주문하면, 부부는 그날 바로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만물 트럭도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변한 것은 단지 배달 방식뿐만이 아닙니다. 손병철 씨는 예전에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리던 삶이었다고 합니다. 빠르게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더 많은 물건을 팔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바쁘게만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영월의 사계절 풍경이 새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영월의 산세는 사시사철 다른 옷을 입고 있는데 겨울의 설경, 봄의 신록, 여름의 청명한 하늘, 가을의 단풍까지. 그들이 달려가는 길은 늘 같지만, 그 길 위에 펼쳐진 풍경은 날마다 달랐습니다.
이제는 잠시 트럭을 세우고 한적한 산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줄도 알게 되었다는 부부. 숨 가쁘게 달리던 날들과는 달리, 이제는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그들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멈춰 자연을 음미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인생의 쉼표와 같습니다. 한때는 앞만 보고 달렸지만, 이제는 그 길 위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하지만 부부에게도 씁쓸한 현실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르신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한때는 활기로 가득했던 마을들이 이제는 적막해졌고, 만물 트럭이 찾는 곳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하루 일과도 짧아졌고, 길 위에서 만나는 얼굴들도 익숙하지만, 그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부부는 묵묵히 그 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지속된 그들의 일상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배달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단순한 생필품이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는 일상의 즐거움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손병철, 김애숙 부부의 특별한 여정은 그저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오지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채워주는 동시에,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작은 정을 나누는 일입니다. 장사꾼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그들은 마을의 일원으로서 어르신들과 교감하는 특별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만물 트럭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자, 그들에게는 기다림의 대상입니다. 부부는 트럭을 몰며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어르신들을 떠올리고 또 한 번의 여정을 준비하며, 그들은 오늘도 만물 트럭에 오릅니다.
17년 동안 이어져 온 이 길은 단순한 배달길을 넘어, 부부와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특별한 인생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손병철, 김애숙 부부는 트럭을 몰며, 오지 마을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물건과 함께 정을 나누는 그 길을 계속 달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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