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찬바람이 불수록 깊은 맛을 냅니다. 차가운 물속에서 살아가는 바닷속 생물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지방을 축적하고, 살이 단단해지면서 특유의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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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낙산항에서 30년 넘게 고기잡이를 해온 김대곤(73) 선장은 며칠간 지속되던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자 서둘러 배를 띄웁니다. 몇 날 며칠 바다에 쳐놓은 그물을 걷지 못했을뿐더러, 겨울이 제철인 도치를 잡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치는 깊은 바다에서 살다가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올라오는 어종으로, 바위에 빨판을 붙이고 해초 사이에 머무르며 부화를 기다립니다. 생김새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심퉁’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한때 동해안을 대표하던 명태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겨울 별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김 선장이 겨우내 파도를 견디며 잡아 온 도치를 항구로 가져오면, 그의 아내 송연옥(65) 씨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도치 요리를 준비합니다. 오랜 시간 도치와 함께 살아온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 맛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수놈 도치는 끓는 물에 점액질을 깨끗이 벗겨낸 후 적당한 시간 삶아야 특유의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냅니다. 알이 가득 찬 암놈은 소금물에 씻어 두부처럼 굳힌 후 요리하는데, 예전에는 귀한 음식으로 제사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목선을 타고 겨울 바다로 나가던 낙산항 어부들은 힘겹게 잡아 올린 도치를 단 한 마리도 허투루 할 수 없었습니다. 항구의 여자들은 머리에 도치를 이고 십 리, 이십 리 길을 걸으며 마을을 돌며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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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를 보리쌀이나 감자로 바꿔오며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 고단함 속에서도 정이 오갔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기에, 지금도 항구 사람들은 도치 한 마리를 손질하며 지난날을 추억합니다.
이제는 도치가 지역 특산물로 인정받아 높은 몸값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손쉽게 맛볼 수는 없지만, 그 맛과 정겨운 기억만큼은 여전히 겨울 바다와 함께 남아 있습니다. 겨울철 도치 두루치기의 칼칼한 맛, 해풍에 말려 쫄깃한 반건조 도치 볶음까지,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간은 변함이 없습니다. 도치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바다와 함께한 세월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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