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밀양, 그곳에는 다소 독특한 입지에 자리한 전원주택이 있습니다. 바로 무덤으로 둘러싸인 집인데요. 보통이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위치지만, 이곳의 건축주는 오히려 뛰어난 경관에 반해 주저 없이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탁월한 안목이었음을 증명하듯, 집 앞에는 그림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집에는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한 채의 집이 아닌, 두 채의 집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집의 주인은 다름 아닌 첫 번째 집을 지은 건축주의 아들 부부, 이진호 씨와 박혜영 씨입니다.
건축가의 꿈을 품고 두 번이나 대학을 간 이진호 씨는 아버지의 집 옆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집을 설계하였습니다. 그가 영감을 받은 것은 세계적인 건축 거장 루이스 칸의 피셔 하우스. 이를 바탕으로 집이 두 개의 볼륨으로 나뉘어 보이도록 외관을 디자인하였고, 내부에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11미터 파노라마 창을 오마주한 넓은 수평 창을 설치하여 호수의 아름다운 경관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자연 속에 있으면서도 자연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집을 만든 것입니다.
또한 이진호 씨는 집 안의 공기 순환까지 고려한 설계를 선보였습니다. 부엌과 다락방을 연결하는 창호문을 둠으로써 자연스러운 환기가 이루어지도록 하였으며, 화장실에는 변기를 두지 않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여 공간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기존의 주택 개념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집이지만, 이러한 실험적인 설계에 대해 부모님은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주택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지어진 집이 과연 실생활에서 편리할지 우려가 되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세 번째 전원주택을 지은 건축주 부모님의 집은 어떨까요?
부모님의 집은 실용성과 생활의 편리함을 고려한 공간들이 눈길을 끕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리빙 포치'입니다. 시골 생활에서는 흙 묻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단순한 현관을 두었지만 실질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착안하여 포치 공간을 막아 실외식당 겸 활용 가능한 다목적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 전원생활에 꼭 맞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책을 읽으며 조용한 여유를 즐기고자 서재 겸 거실을 만들었지만, 예상과는 달리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책장 대신 TV가 놓이며 공간의 용도가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들이 떠난 후 남겨진 2층 공간은 아버지 성욱 씨의 개인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공간이라 해도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장실이었습니다. 아내는 2층에 화장실을 두는 것을 반대했기에, 결국 각방을 쓰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묘한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독립된 공간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며 생활하는 부부의 모습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한때 건강상의 위기를 겪으며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꿨던 건축주 부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옆마당 텃밭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나란히 자리한 두 채의 집은 세대가 다르지만, 자연을 존중하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닮아 있습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철학을 담고 있는 두 채의 전원주택.
전원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과연 자연 속에서의 삶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경관이 좋은 집이 아니라, 생활의 편리함과 가족과의 관계를 고려한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내 집'이 아닐까요? 건축을 고민하는 많은 분들에게 이 가족의 이야기가 새로운 영감을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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