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대문에 가까이 다가서면 "누구십니까?"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독특한 집이 있습니다. 외관은 은색 골강판으로 감싸여 있고,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주변 전통적인 시골집들과 확연히 다릅니다. 이 집은 14년간 은퇴를 준비한 공대 교수 부부가 마련한 '최소한의 집'입니다.

정년이 가까워지면서 전원생활을 꿈꿨던 부부는 은퇴 후 편안하게 정착할 집을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빚을 내지 않고 적절한 비용 내에서 집을 마련하기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발품을 팔며 찾은 곳이 바로 지금의 터전입니다.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한 촌집을 주말주택으로 사용하며 전원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쳤습니다. 이후, 기존의 집을 철거하고 신축을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설계에 돌입했습니다.

아내는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이 가득했습니다. 전망 좋은 2층 집을 꿈꿨지만, 예산을 고려하다 보니 계획은 세 차례나 변경되었고 결국 실용성을 극대화한 단층 구조로 결정되었습니다. 외벽은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골강판을 사용했고, 내부는 내구성을 고려해 콘크리트 노출로 마감했습니다.

전체 면적 33평, 방은 단 두 개입니다. 화장실과 안방만을 두고 나머지 공간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둘째 딸은 도면을 보고서야 자신이 독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집은 최소한으로 지었지만, 편안한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철저히 챙겼습니다. 지역 단열 기준보다 1.5배 두꺼운 벽체를 사용해 냉난방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처마 길이까지 세밀하게 계산해 계절별로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창호만큼은 고급 자재를 사용했고, 환기 시스템도 설치해 실내 공기 질을 유지하도록 신경 썼습니다.

다양한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했지만, 딱 한 곳, 부엌만큼은 아내의 뜻을 존중했습니다. 전통 의례 음식을 손수 준비하는 아내를 위해 주방은 집에서 가장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아내는 넉넉한 주방에서 정성 가득한 음식을 준비하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대 교수 출신의 남편답게 집은 스마트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외부 보안을 위해 CCTV를 5대 설치했고, 인기척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녹화 및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했습니다. 닭장에는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도록 자동 급수 장치를 만들었으며, 180평의 넓은 텃밭에서는 친환경 농법으로 채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덕분에 가족들은 직접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을 먹으며 건강한 식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의 곁이 가장 편안한 명당이라는 부부입니다. 로망을 일부 포기하고 최소한의 집을 선택했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꿈꾸던 전원생활을 현실로 만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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